체중이 정상 범위인데 체지방률이 25%를 훌쩍 넘는다면, 그게 바로 마른 비만입니다. 저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르면 마른 거지, 어떻게 비만일 수 있냐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건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 구성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반에서 항상 가장 가벼운 축에 속했습니다. 밥을 한 끼에 다섯 공기씩 먹어도 체중이 꿈쩍도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키가 특별히 크지도 않은데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으니,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매일 살 좀 찌라는 소리를 했고, 저도 그게 스트레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제가 체중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농구 덕분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해질 때까지 농구장에 있었습니다. 코트에 도착하면 준비운동 없이 바로 풀게임을 뛰었고, 그게 매일 반복됐습니다. 몇 시간씩 달리고 점프하고 부딪히다 보니, 제 몸에는 자연스럽게 근육이 붙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그게 운동이라는 개념보다는 그냥 노는 것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생활이 제 체성분을 유지시켜 줬던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조금만 먹어도 찌고, 매일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삽니다. 몸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마른 비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먹어도 안 찌던 사람이 어느 순간 먹으면 찌는 몸으로 바뀌듯이, 관리를 놓는 순간 우리 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합니다. 마른 비만인 분들이 "나는 별로 안 먹는데"라고 말할 때, 저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양이 아니라 구성일 수 있습니다.

마른 비만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내장지방에 있습니다
마른 비만을 단순히 체형의 문제로 보면 안 됩니다. 핵심은 내장지방(visceral fat)입니다.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에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복강 안쪽 장기 사이에 축적되는 지방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무서운 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몸속에서 염증 유발 물질을 지속적으로 내보냅니다. 이 물질들이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게 방치되면 제2형 당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내장지방이 과다한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반면 꾸준한 운동으로 쌓인 피하지방은 상황이 다릅니다.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호르몬이 내장지방의 독성을 어느 정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디포넥틴이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항염증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같은 지방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쌓였느냐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마른 비만인 분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체지방률이 높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칼로리를 줄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몸이 에너지 부족 상태로 인식하면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을 낮춰버립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명 유지를 위해 소모되는 최소 에너지량인데, 이게 낮아지면 예전보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마른 비만에서 무작정 다이어트가 답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른 비만 여부를 스스로 점검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체중이 정상 범주인데 체지방률이 남성 25%, 여성 30% 이상
- 팔다리는 가늘지만 복부만 유독 앞으로 나와 있는 체형
- 근력 운동 없이 유산소나 가벼운 활동만 해온 경우
- 과자, 빵, 초콜릿 같은 고칼로리 밀도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마른 비만의 출구입니다
마른 비만 해결의 방향은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많은 분들이 반대로 접근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지방률 수치가 높게 나오면 본능적으로 먹는 것부터 줄이려 하는데, 근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칼로리만 줄이면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육을 효과적으로 늘리려면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점진적 과부하란 운동 강도나 무게를 조금씩 꾸준히 높여가면서 근육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방식입니다. 요가나 걷기 같은 가벼운 활동만으로는 이 자극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 2회 이상의 근력 강화 운동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 유산소 운동과는 별도로 권장되는 기준입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현실적인 접근으로는 주 3회 정도 1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나머지 날에는 걷거나 가볍게 달리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지만, 탄수화물과 지방의 균형도 함께 맞춰야 합니다. 단백질만 잔뜩 먹는다고 근육이 느는 게 아니라, 전체 칼로리가 충분해야 근육 합성이 일어납니다.
저는 지금 살을 빼야 하는 입장에서 이 내용을 접하고 나서, 마른 비만인 분들이 느끼는 막막함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빼야 하는 건지 늘려야 하는 건지 방향 자체가 헷갈리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마른 비만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체지방률은 자연스럽게 안정화됩니다.
마른 비만은 외형만 보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몸속 구성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체중계 숫자 하나에 안도하지 말고, 체지방률과 근육량을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관리를 시작하기에 너무 이른 때는 없지만, 방치하기에 너무 오래된 때는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