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한 알에 아연이 하루 권장량의 최대 500%까지 들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매년 겨울마다 굴을 찾아 먹기 시작한 뒤로 확실히 달라진 게 있어서, 이제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제철 해산물 생각부터 납니다. 굴, 꼬막, 명태. 겨울이 주는 가장 든든한 선물 세 가지를 직접 먹어보고 정리했습니다.

굴 —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바다의 우유
어릴 때는 굴을 정말 못 먹었습니다. 그 특유의 비린내가 싫어서 밥상 한쪽으로 밀어두기 일쑤였는데, 어른들은 늘 "지금이 철이다, 이걸 꼭 먹어야 한다"고 권하셨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굳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이해하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굴의 제철은 11월부터 2월까지입니다. 이 시기의 굴에는 아연(Zinc)과 타우린(Taurine)이 특히 풍부하게 농축됩니다. 여기서 아연이란 면역세포 생성과 상처 회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필수 미네랄로, 겨울철 감기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타우린은 간세포 보호와 피로 해소에 기여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입니다. 실제로 굴은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으로, 국가 표준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에도 이 같은 성분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제가 겪은 뼈아픈 경험 하나를 꼭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몇 년 전 생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감염으로 이틀을 꼼짝 못 했습니다. 노로바이러스란 굴과 같은 이매패류가 오염된 바닷물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농축되는 바이러스로, 가열하지 않으면 사멸되지 않습니다. 그 고생을 하고도 결국 매년 겨울이면 싱싱한 생굴을 찾아 먹는 제 자신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그만큼 맛을 잊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어르신에게는 반드시 충분히 익혀서 드시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통영의 한 해물 전문점에서 석화찜 세트를 주문했을 때, 익힌 굴전의 쫄깃한 식감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유자 소스를 곁들인 굴탕수육은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해산물을 잘 못 드시는 분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고, 메인이었던 석화찜은 초장보다 간장에 찍어 먹었을 때 굴 본연의 단맛이 훨씬 살아났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굴은 익힘의 정도와 곁들이는 소스 하나로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 식재료였습니다.
- 제철: 11월~2월, 아연·타우린·글리코겐 함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
- 조리법 추천: 석화찜·굴전처럼 충분히 가열한 메뉴가 안전하고 풍미도 좋음
- 주의사항: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 면역 취약 계층은 반드시 익혀서 섭취
- 소스 팁: 초장보다 간장을 곁들이면 굴의 단맛과 감칠맛이 더 살아남

꼬막 — 일부러 벌교까지 찾아간 이유
꼬막을 먹으러 벌교까지 직접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그거 어디서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라고 했지만, 제 경험상 산지에서 먹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철에 제 땅에서 먹는다는 감각, 그게 맛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꼬막의 제철은 11월부터 3월까지로, 이 기간 동안 살이 가장 꽉 찹니다. 꼬막에는 헤모글로빈(Hemoglobin) 생성에 필요한 철분(Iron)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헤모글로빈이란 혈액 속 적혈구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산소를 온몸에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꼬막을 꾸준히 먹으면 빈혈 예방과 만성 피로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새꼬막은 참꼬막에 비해 대량 양식이 가능해 시중에서 접하기 가장 쉬운 품종이지만, 맛의 깊이는 참꼬막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벌교 고려회관에서 새꼬막 정식을 주문했을 때, 제 입맛에 가장 잘 맞은 건 단연 꼬막전이었습니다. 바다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해산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반면 꼬막 피자는 이색적이긴 했지만 꼬막 본연의 맛이 치즈에 묻혀 잘 느껴지지 않아서, 제 기준에는 조금 아쉬운 메뉴였습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건 꼬막 초무침을 올린 비빔밥이었습니다. 꼬막 특유의 감칠맛이 밥 한 공기와 어우러지면서 한 그릇을 금세 비웠습니다. 데친 꼬막에 양념장만 올려 먹는 것도 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맛입니다. 처음 꼬막을 접하는 분이라면, 다양한 메뉴가 한꺼번에 나오는 정식보다는 조합이 단순한 백반 메뉴부터 시작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명태 — 해산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겨울 생선
저는 해산물을 편식하는 편인데, 명태만큼은 예외입니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해서 비린 맛에 민감한 제 입맛에도 거부감 없이 잘 맞는 생선입니다. 명태의 제철은 12월과 1월로, 차가운 동해 수온에서 잡힌 것일수록 살이 쫀쫀하고 맛이 깔끔합니다.
명태는 가공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게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 생선입니다. 생물 그대로를 명태(Pollock), 얼리면 동태(Frozen Pollock), 말리면 북어(Dried Pollock), 반건조하면 코다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코다리란 명태를 반쯤 말린 상태로, 수분이 어느 정도 남아있어 조림이나 찜 요리에 쫄깃한 식감을 살려주는 방식입니다. 같은 생선인데 조리법과 가공 방식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이름과 식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명태가 우리 식문화에서 얼마나 오랜 역할을 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의 명태 전문점에서 평일 점심 특선으로 명태조림을 주문했을 때,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습니다. 김에 콩나물과 매콤한 고추 간장을 얹어 싸 먹는 방식이 특히 조화로웠고, 마지막에 나온 솥밥과 누룽지 숭늉까지 더해지니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한 끼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구성인데 먹고 나서 이렇게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오래갈 줄은 몰랐습니다.
명태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 중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Methionine)이 풍부한데, 메티오닌이란 간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고 해독 기능을 돕는 성분으로 간 건강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특히 권할 만한 식재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굴 먹고 노로바이러스 걸릴까봐 무서운데, 그냥 안 먹는 게 낫지 않나요?
A. 저도 한 번 걸려봤습니다. 그래도 결국 매년 먹고 있습니다. 생굴이 걱정된다면 석화찜이나 굴전처럼 충분히 가열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답입니다. 노로바이러스는 85℃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익혀 먹는 방식이라면 위험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Q. 꼬막, 참꼬막이랑 새꼬막이랑 뭐가 달라요?
A. 제가 직접 먹어보고 느낀 차이는 식감과 감칠맛의 깊이입니다. 참꼬막은 살이 더 통통하고 맛이 진한 반면, 새꼬막은 양식이 활발해 시중에서 훨씬 구하기 쉽습니다. 처음 꼬막을 경험하는 분이라면 새꼬막으로 입문한 뒤 참꼬막으로 넘어가는 순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Q. 명태조림 할 때 생태, 동태, 코다리 중에 뭘 써야 해요?
A. 조림용으로는 코다리를 권합니다. 반건조 상태라 수분이 적당히 빠져있어 양념이 잘 배고 조리 후 식감이 쫄깃합니다. 생태는 싱싱한 맛이 살아있지만 조림 과정에서 살이 쉽게 부서질 수 있고, 동태는 얼었다 녹이는 과정에서 수분이 많이 나와 조림 국물이 묽어질 수 있습니다.
Q. 제철 음식이 정말 맛이 다른가요, 아니면 그냥 기분인가요?
A. 제 경험상 분명히 다릅니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괜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제철에 맞춰 먹어보니 같은 재료라도 단맛, 감칠맛, 식감이 달랐습니다. 요즘 유통 기술이 좋아져 언제든 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철에 맞춰 먹으면 영양소 밀도도 높고 무엇보다 맛 자체가 다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이 계절 식재료로 요리할 때 느끼는 그 행복감, 실제로 해보면 이해가 됩니다.
결론
어릴 때 어른들이 "지금이 철이다"라고 하셨던 말이 이제는 제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봄에 냉이와 달래를 찾아 먹고, 여름에 볕 아래서 익은 수박과 옥수수를 즐기고, 겨울에는 굴·꼬막·명태를 찾는 삶. 계절의 흐름을 밥상에서 느끼는 것이 이렇게 만족스러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정리하면, 굴은 익혀 먹는 것이 맛과 안전 두 가지를 모두 잡는 방법이고, 꼬막은 해산물이 낯선 분도 꼬막전이나 비빔밥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명태는 담백하고 기름기가 없어 해산물을 편식하는 분도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습니다. 이번 겨울, 마트에서 눈에 익은 재료들을 그냥 집어 들기 전에 잠깐 제철 코너를 한 번 더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계절 식재료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