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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 레시피, 세척 관리)

by hoonie123 2026. 9. 1.

솔직히 말하면, 저도 한동안 핸드드립만이 진짜 커피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지인 집에서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전 세계에서 여전히 챔피언십까지 열리는 이 기구, 도대체 뭐가 다를까요?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 레시피, 세척 관리)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 레시피, 세척 관리)



핸드드립만 고집하던 제가 에어로프레스에 빠진 이유

핸드드립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에어로프레스를 그냥 간편한 대체품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지인 집에서 직접 마셔본 순간, 그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농도감이 있으면서도 잡맛이 없고, 무엇보다 뒷맛이 깔끔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는 미국의 발명가 앨런 애들러가 개발한 기구입니다. 그는 에어롭(Aerobie)이라는 장난감 회사를 창업해 던지는 원반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인데, 2000년대에 들어서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로 이 기구를 탄생시켰습니다. 발명가의 DNA가 담긴 물건이라 그런지, 구조 자체가 꽤 영리합니다.

추출 원리는 주사기와 유사합니다. 본체에 커피 가루와 물을 넣고 플런저(plunger)를 눌러 압력으로 커피를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플런저란 에어로프레스 안쪽에 삽입되는 피스톤 형태의 부품으로, 이것을 아래로 밀면 기압이 발생하면서 커피가 필터를 통과해 추출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분쇄도, 물 온도, 접촉 시간, 물의 양 등 변수를 조합하면 전혀 다른 맛이 나온다는 게 이 기구의 매력입니다.

소재는 트라이탄(Tritan)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트라이탄이란 미국 이스트만(Eastman) 사가 개발한 고투명 코폴리에스터 소재로, 유리처럼 깨질 걱정 없이 가볍고 내구성이 높습니다. 사무실이든 캠핑이든 들고 다니기 편해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출근길 가방에 넣어 다녀도 전혀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사용하다 보면 잔흠집이 생기는 건 감수해야 합니다.

  • 본체, 필터, 스푼, 커피 스틱으로 구성된 심플한 패키지
  • 트라이탄 소재 — 가볍고 내충격성이 높아 휴대에 적합
  • 오리지널 외에 투명한 클리어 버전, 대용량 에어로프레스 X라지도 출시
  • 정방향 추출과 역방향 추출 두 가지 방식 모두 사용 가능
요약: 에어로프레스는 주사기 원리를 응용한 트라이탄 소재 추출 기구로, 가볍고 변수 조절이 자유로워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는 재미가 큰 기구입니다.

 

챔피언십 2위 레시피를 직접 따라해 봤습니다

에어로프레스에는 매년 세계 대회가 열립니다. 에어로프레스 월드 챔피언십(AeroPress World Championship)이라는 이름으로, 각국 국가대표들이 저마다의 레시피를 들고 겨룹니다. 한국에서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구조인데, 올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월드 챔피언십이 개최될 예정입니다(출처: AeroPress 공식 사이트). 제가 심사위원으로 직접 참여한 적이 있어서인지, 이 대회는 볼 때마다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에 제가 따라해 본 레시피는 한국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 2위이자 2018년 우승자인 류승현 님의 레시피입니다. 이 레시피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필터 선택이었습니다. 기본 에어로프레스 필터 대신 하리오(Hario) 필터를 사용하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분쇄도가 곱기 때문에 미분(fine particles), 즉 원두를 갈 때 생기는 매우 작은 입자들이 필터 옆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하리오 필터를 캡에 밀착시킨 뒤 옆 부분을 잘라 본체 전체를 감싸는 방식을 씁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손에 익는 데 두 번이면 충분했습니다.

추출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코만트(Comandante) 기준 17클릭으로 분쇄한 원두 18g을 정방향으로 투입하고, 97도 물 40g을 넣어 10회 저은 뒤 1분 20초를 기다립니다. 이후 90g의 물을 추가하고 2회 저어준 다음, 저울에서 내려 40초간 압력을 가해 추출합니다. 마지막으로 80g의 물을 더해 가수(加水), 즉 추출된 커피 원액에 물을 희석해 농도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됩니다.

사용한 원두는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고고구 워시드였는데, 은은한 산미와 눈에 띄는 단맛, 그리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추출해보니 단맛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이 레시피가 단맛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단맛과 밸런스가 좋은 원두를 쓸수록 이 레시피가 빛을 발합니다.

요약: 챔피언십 레시피는 하리오 필터로 미분을 잡고, 3단계 물 투입으로 단맛과 밸런스를 극대화하는 설계가 핵심입니다.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 레시피, 세척 관리)
에어로프레스 (추출 방식, 레시피, 세척 관리)

에프콜레이터 방식 — 에어로프레스 하나로 전혀 다른 커피를

에어로프레스를 쓰면서 제가 가장 놀란 건 레시피의 폭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에어로프레스 레시피라고만 검색해도 전 세계 수백 가지 레시피가 쏟아집니다. 이걸 하나씩 따라해보며 취향을 찾는 재미는, 핸드드립에서는 사실 느끼기 어려운 종류의 재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건 에프콜레이터(F콜레이터) 방식입니다. 에프콜레이터란 에어로프레스를 트리콜레이터(Tricollator)처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트리콜레이터란 필터 드립 방식의 일종으로, 중력에 의해 물이 천천히 커피 층을 통과하며 추출되는 방식입니다. 즉, 에어로프레스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 중력 드립처럼 물을 흘려보내는 겁니다.

추출 과정은 이렇습니다. 필터를 린싱(rinsing), 즉 뜨거운 물로 미리 적셔 종이 냄새를 제거한 뒤 15g의 원두를 투입합니다. 이때 분쇄도는 일반 브루잉보다 굵게 설정합니다. 하오(HAO) 드립 어시스턴트를 사용해 95도 물을 골고루 분사하는데, 처음 45g을 넣고 1분을 기다린 뒤 200g까지 여러 차례 나누어 물을 투입합니다. 총 추출 시간은 약 4분으로, 물이 끝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마지막에 살짝 압력을 가해 마무리합니다(참고: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

제가 직접 두 잔을 나란히 놓고 마셔봤는데, 맛의 결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챔피언십 레시피는 단맛이 먼저 오는 부드러운 구조였다면, 에프콜레이터 방식은 산미가 톡 올라오면서 원두의 캐릭터가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고,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고 싶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용 후 관리가 이렇게 편한 기구는 처음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세척이 꽤 까다롭고, 핸드드립도 드리퍼에 서버에 케틀까지 씻어야 합니다. 에어로프레스는 추출이 끝나면 플런저를 끝까지 밀어 커피 퍽(puck), 즉 추출 후 압축된 커피 케이크를 쏙 빼내고 본체 하나만 헹구면 끝입니다. 이 간편함이 결국 손이 자꾸 가는 이유가 된다는 걸, 써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요약: 에프콜레이터 방식은 에어로프레스를 중력 드립처럼 활용해 산미와 원두 캐릭터를 살리는 추출법으로, 같은 기구로도 전혀 다른 커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어로프레스 처음 쓰는데 어떤 레시피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A. 저는 처음엔 정방향 추출로 원두 15g, 물 200g, 물 온도 90도 정도의 기본 레시피를 먼저 익혔습니다. 변수가 적어 기구의 특성을 파악하기 좋고, 여기서 분쇄도나 물 온도를 하나씩 바꿔가며 취향을 찾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Q. 정방향 추출과 역방향 추출, 뭐가 다른 건가요?

A. 정방향 추출은 필터 캡을 아래에 두고 커피를 내리는 일반적인 방식이고, 역방향 추출은 기구를 뒤집어 플런저 쪽이 아래로 가게 놓고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역방향은 커피와 물의 접촉 시간을 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최근에는 정방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Q. 에어로프레스 세척이 정말 편한가요?

A. 제 경험상 이건 진짜입니다. 추출이 끝나면 플런저를 끝까지 밀어 커피 퍽을 통째로 밀어내고, 본체를 물로 한 번 헹구면 끝납니다.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 세척과 비교하면 체감 차이가 상당합니다.

 

Q. 에어로프레스 X라지는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A. 기본 에어로프레스는 1잔 분량 추출이 기준이고, 에어로프레스 X라지는 한 번에 두세 잔 분량을 뽑을 수 있는 대용량 버전입니다. 혼자 쓸 때는 기본 사이즈로 충분하지만, 손님이 자주 오거나 여럿이 함께 쓰는 환경이라면 X라지가 훨씬 편리합니다.

 

결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에어로프레스가 이렇게 오래, 이렇게 넓게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레시피 하나가 바뀌면 맛이 완전히 달라지고, 세척은 30초면 끝나고, 들고 다니기도 부담이 없습니다. 핸드드립을 오래 했던 저도 요즘은 에어로프레스 손이 더 자주 가는 게 사실입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기본 정방향 레시피로 기구의 감을 먼저 익히고, 그다음 챔피언십 레시피나 에프콜레이터 방식으로 확장해보는 순서를 권합니다. 같은 원두로도 전혀 다른 커피가 나오는 경험, 한 번 해보면 커피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0rAAFAfj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