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을 나누고 있습니다. 엄마가 낮에 둘째를 많이 돌보고, 저는 퇴근하면 첫째를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는 일을 맡습니다. 역할을 나눠도 어려움은 계속 생깁니다. 첫째가 떼쓰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아이에게 무엇을 말할지뿐 아니라 제가 어떤 말투로 이야기할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아이를 달래는 요령보다 부모가 자기 말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다툼을 옮긴 글은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목소리를 높이거나 거칠게 말하는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할 사과의 순서를 미리 정리해보려 합니다. 사과를 해서 아이가 바로 웃었다는 결과도 아직 없습니다.
‘미안해’ 뒤에 설명을 길게 붙이지 않기
제가 먼저 정하고 싶은 것은 사과할 대상을 정확하게 말하는 일입니다. 아이에게 부탁한 내용과 제가 그 부탁을 전한 방식은 각각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령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멈춰달라고 말해야 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이를 무시하는 말을 했다면 그 말은 따로 인정하려 합니다.
“아까 아빠가 큰소리로 말했어. 그렇게 말한 건 미안해.”
앞으로 써볼 문장 예시입니다. 여기에서 바로 “하지만 네가 말을 안 들었잖아”를 붙이면 제가 인정하려던 행동보다 아이가 잘못한 이유를 더 길게 설명하게 됩니다. 저는 사과하는 동안에는 제 말과 행동만 주어로 두고 싶습니다.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 사과를 끝낸 다음에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빠가 피곤했어”라는 말도 조심해서 쓰려 합니다. 제 상태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아이가 그 피곤함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과를 듣는 아이에게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해달라고 먼저 요구하지 않는 것이 제 기준입니다.
용서를 받는 순간까지를 사과의 목표로 두지 않기
제가 미안하다고 말한 뒤 아이가 대답하지 않는 장면도 생각해봅니다. 그때 “괜찮다고 해줘”, “이제 안아줘”를 이어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할 말은 제가 책임지고 전하되, 아이의 다음 반응까지 정해놓지는 않겠습니다. 포옹을 제안하더라도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요구를 멈출 계획입니다.
사과를 한 번 했다는 이유로 그 일을 바로 끝난 일처럼 다루지도 않겠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면 이미 사과했다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어떤 장면을 말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내용과 다르면 기억나는 범위를 설명하고, 모르는 부분을 추측해서 채우지 않겠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다른 놀이를 시작했다면 다시 불러 세워 긴 대화를 마무리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설명을 끝까지 들려주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사과가 또 하나의 지시가 되지 않도록 말을 짧게 끝내는 연습부터 해보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바꿀 행동을 하나만 말하기
“다시는 화내지 않을게”라는 큰 약속보다 실제로 바꿔볼 행동 하나를 정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다가 목소리가 커졌다면, 다음에는 말할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여볼 수 있습니다. 당장 차분하게 대화하기 어렵다면 그 상태를 인정하고, 돌봄을 이어가면서 다시 이야기할 때를 잡겠습니다.
이런 식의 표현을 준비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빠 말이 자꾸 커져. 말을 잠깐 멈추고, 조금 뒤에 다시 이야기할게.”
아이에게 혼자 감당하라는 뜻으로 자리를 떠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계속 말을 쏟아내지 않도록 정할 중단 문장입니다. 함께 있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요청할 일이지,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를 설득해오라고 맡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과한 뒤 원래 이야기하던 생활 규칙을 다시 설명해야 할 때도 있겠습니다. 그때는 사과와 규칙을 한 문장으로 묶지 않으려 합니다. “큰소리를 낸 것은 미안해”를 먼저 전하고, 별도의 대화에서 “이 물건은 던지지 않고 여기 놓자”처럼 지금 필요한 행동을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사과를 잘한 부모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두 아이를 돌보며 어려운 순간이 생겼을 때, 제 행동을 아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말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사과를 가르치기 위한 시범으로 삼기보다 제가 한 행동을 제가 인정하는 일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 계획을 사용하게 된다면 사과 뒤에 변명이 길어지지는 않았는지, 아이에게 즉각적인 용서를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겠습니다. 아이가 곧바로 기분을 풀었는지를 성공 기준으로 삼지는 않겠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번과 다음에 바꿔볼 행동 하나를 연결하는 것, 지금 제가 준비할 수 있는 사과는 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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