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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놀이

같은 그림책을 또 읽어달라는 날, 부모도 지치지 않게 읽는 범위 정하기

by hoonie123 2026. 10. 14.

두 아이를 돌보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가 하고 싶은 일과 그날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늘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저는 퇴근하면 첫째를 씻기고 함께 놀고 재우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책까지 읽는 시간을 넣는다면 많이 읽겠다는 목표보다 무리 없이 마칠 수 있는 약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글은 우리 아이가 특정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는 후기는 아닙니다. 앞으로 같은 그림책을 다시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답할지 준비하는 계획입니다. 반복해서 읽으면 어떤 발달 효과가 생긴다는 설명보다, 아이의 선택과 부모의 여유를 함께 반영하는 읽기 방식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새 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기

책장에 여러 권이 있다고 매번 다른 책을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에게는 이미 다 아는 내용이어도 아이가 지금 보고 싶은 책은 그 책일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을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책부터 권하거나, 그동안 읽지 않은 책을 반드시 한 권 끼워 넣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끝없이 반복하겠다는 뜻도 아닙니다. 읽을 책을 고르는 일과 몇 번 읽을지 정하는 일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책은 아이가 골라도 오늘 부모가 읽을 수 있는 범위는 부모가 말할 수 있습니다. 선택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지키기 어려운 약속까지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제가 준비해둘 말은 짧습니다. “오늘은 이 책을 한 번 읽고, 네가 다시 보고 싶은 장면 하나를 같이 보자.” 실제로 사용한 대화가 아니라 표현 예시입니다. 한 번이라는 횟수보다 제가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범위를 먼저 정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는 날도 정해보기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는 방식만 생각하면 책을 펼칠 시간이 애매한 날에는 아예 시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짧게 볼 날에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리고, 아이가 고른 장면만 함께 살펴보는 방식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읽다가 갑자기 끝내는 것과 시작할 때 읽을 범위를 말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만 중간 장면만 보겠다고 해놓고 줄거리를 설명하느라 말을 길게 늘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림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을 같이 보고, 아이가 다음 장으로 넘기고 싶다면 지금 가능한 범위에서 결정하려 합니다. 책을 읽는 자리가 부모가 준비한 설명을 모두 듣는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넘긴 장을 다시 찾아오는 일도 부모가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로 보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야기의 순서를 따라 읽기로 한 날과 그림을 골라 보는 날을 다르게 운영해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어떤 방식으로 볼지 부모가 먼저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 제 실천 계획입니다.

읽다가 질문이 떠올라도 시험처럼 묻지 않기

이미 읽은 책이라는 이유로 “이 다음에는 뭐가 나오지?”를 계속 물으면 부모가 답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을 잘 기억하는지 확인하려고 질문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면 들을 수 있지만, 대답해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규칙은 만들지 않으려 합니다.

부모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으면 글만 읽어도 됩니다. 목소리를 매번 다르게 내거나 등장인물마다 연기하는 일도 필수 과제로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방식이어야 다음에도 책을 펼칠 마음이 남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은 붙이지 않겠습니다.

“한 번 더”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약속한 범위가 끝난 뒤 다시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는 장면을 생각해봅니다. 여유가 있다면 더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 말한 끝을 지켜보려 합니다. “다 읽었는데 왜 또 그래?”보다는 “또 보고 싶구나. 오늘 내가 읽는 건 여기까지야”처럼 부탁과 제 한계를 따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을 약속할 때도 실제로 가능한지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바로 내일 읽겠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날짜를 정하지 않고 다음 책 읽기 때 다시 골라도 된다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이가 아쉬워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약속을 늘리지는 않겠습니다. 이 문장들은 모두 앞으로 사용해볼 예시입니다.

책을 덮은 뒤에는 몇 권을 읽었는지보다 제가 시작할 때 한 말을 지켰는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같은 책을 또 골랐다는 사실을 부모가 고쳐야 할 습관으로 남기지 않고, 오늘 함께 볼 수 있었던 범위를 살펴보겠습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저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새로운 책 목록보다 짧게 읽어도 끝을 설명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아래 사진은 AI로 생성한 예시 이미지이며 실제 가족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