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병원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꺼내는 분들,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에게 증상을 설명하면 꽤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의료 AI가 실제 진단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지금, 이게 과연 반가운 일인지 두려운 일인지 저도 솔직히 아직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AI가 의사보다 잘하는 게 정말 있을까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딥러닝이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해 대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설마 의사를 대체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수준입니다.
구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는 경우보다 AI 모델의 도움을 받는 경우 더 나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케이스에서는 의사가 혼자 문제를 푸는 것보다 AI가 단독으로 문제를 푸는 결과가 더 좋았다고 합니다. 치료 계획 수립 능력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AI는 교수, 펠로우, 레지던트 순서의 평가에서 교수 다음 위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Google Health Research).
다만 분야별로 격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내과, 감염내과, 신장내과처럼 텍스트 기반 데이터가 풍부하고 균주명이나 분류 체계가 명확한 분야에서는 AI 성적이 높습니다. 반면 정형외과, 비뇨기과처럼 기록된 텍스트 데이터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에서는 성능이 떨어집니다. 제가 교육 현장에서 AI 도구를 써보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AI가 잘하는 영역과 못하는 영역이 확실히 갈립니다.
분야별 AI 성능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적 높은 분야: 내과, 감염내과, 신장내과 (텍스트 데이터 풍부, 명확한 분류 체계)
- 성적 낮은 분야: 정형외과, 비뇨기과 (텍스트 데이터 부족)
- 현재 약점 영역: 엑스레이, 기관지 내시경 등 의료 영상(Medical Imaging) 판독
진단보다 더 무서운 건 정보 부족 문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가 틀린 답을 내놓는 것보다 오히려 "그럴싸한 답"을 내놓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침과 목 통증만 입력하면 AI는 인후염이나 부비동염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식은땀, 체중 감소 같은 정보가 누락된다면? AI는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만 판단하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을 놓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오진(Misdiagnosis) 위험입니다. 오진이란 증상이나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해 실제와 다른 병명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런 헬미(Run Helmie)'같은 의료 AI 챗봇은 환자에게 의사처럼 추가 질문을 던져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진(Medical History Taking) 방식을 AI에 적용한 것입니다. 문진이란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증상, 생활 습관, 병력 등을 묻는 과정으로, 진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주변 어른들에게 집 청소 방법이나 건강 관련 조언을 구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아는 사람이 없으면 답을 찾기가 막막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편리한 건 맞지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AI의 답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위험합니다. AI를 활용하는 것과 AI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국내 보건의료 데이터 정책을 보면, 정부 역시 AI를 의료 보조 수단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현재 의료 AI는 의료법상 단독으로 진료를 수행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의사의 보조 도구로만 활용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AI를 잘 쓰는 능력이 실력이 되는 시대
저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 변화를 몸으로 체감합니다. 학생의 글을 선생님이 직접 첨삭하던 방식이, 이제는 AI가 스캔해서 개선점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게 좀 낯설고 불편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걸 실감합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상 현장에서 의사가 복잡한 케이스, 예를 들어 간 이식 환자의 급성 두통 같은 상황에서 AI에게 급성기 처치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확인하고, 다른 과의 컨설트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또한 심폐소생술(CPCR) 이후 뇌 기능 저하 환자의 전해질 및 수분량 계산처럼 복잡한 의학 계산에서도 AI는 오류 없이 빠르게 결과를 냅니다. CPCR이란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흉부 압박과 인공호흡을 시행해 혈액 순환을 유지하는 응급 처치 과정을 말합니다.
AI가 의료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둘 중 하나가 맞는 문제가 아닙니다. AI가 잘하는 영역은 분명히 있고, 반대로 사람의 눈과 손이 직접 필요한 영역도 여전히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경계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두렵다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새로운 것이 빠르게 들어올 때 그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AI를 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의사든 환자든,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그 자체로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습니다. 내 몸과 관련된 증상을 AI에 입력할 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AI의 답을 참고 자료로 삼아 전문가와 상의하는 습관,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적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판단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