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서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지" 걱정하는 말을 부쩍 자주 듣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 불안을 모르지 않습니다. AI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어제 안전하다고 믿었던 직업이 오늘 흔들리는 걸 직접 겪어보니,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실감납니다. AI 시대에 블루칼라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기본생존권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지금,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블루칼라의 반전, 손기술이 다시 살아납니다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I 관련 행사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전면에 소개됐습니다. 여기서 피지컬 AI란 디지털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움직이고 작업하는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뜻합니다.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이제 정말 육체노동도 안전하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습니다. AI와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좁은 공간에서 배관을 연결하거나 천장 구석에 전선을 잡아넣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이 훨씬 빠릅니다. 로봇 팔이 단순 반복 작업에서 정밀도를 높이는 건 맞지만, 사람이 수십 년 몸으로 익힌 감각과 판단력을 따라가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제 경험상 분명합니다.
이런 흐름은 노동시장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배관공, 전기기술자 등 숙련 기능직의 시간당 임금 중간값은 2024년 기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초급직 연봉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과거에는 기술직, 즉 블루칼라를 배우는 것을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의 길"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 사이에서도 배관, 용접, 전기 기술을 진지하게 배우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학벌과 자격증 중심의 화이트칼라 중심 사고가 이제 정말 흔들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고려할 직업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장 기반 숙련 기능직(배관, 전기, 용접 등): 로봇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
- 대인 서비스직(돌봄, 상담, 교육 등): 인간적 공감과 판단이 핵심인 분야
- AI 보조·운영직: AI 시스템을 직접 다루고 유지하는 역할
기본생존권, 불로소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UBI란 소득이나 고용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이 개념이 나올 때마다 "일도 안 하는데 왜 돈을 줘야 하냐"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 시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달리 보였습니다. AI를 소유한 소수 대기업이 생산성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되면, 나머지 대다수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건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의 문제입니다. 구조적 실업이란 기술 변화나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인해 특정 직종 자체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실업으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 맥락에서 '기본소득'이라는 표현보다 '기본생존권'이라는 개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마치 고대 로마에서 귀족이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시민에게 기본 배급을 제공하던 구조처럼, AI 시대에도 유사한 사회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허황된 예측이 아닙니다.
OECD는 AI 자동화로 인해 향후 10~15년 내 전체 일자리의 약 14%가 자동화 고위험 직종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OECD). 이 수치를 보면 기본생존권 논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제가 이 이슈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건, 정작 AI 기술을 개발하던 엔지니어들조차 회사에서 대거 정리되는 사례를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AI를 만드는 사람조차 AI에 밀리는 상황이라면, 이건 단순한 노동시장 조정이 아닙니다.
AI 시대에도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
AI가 아무리 빠르게 답을 내놓아도, 저는 그 답을 받아들이면서 항상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하고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결국 자신의 판단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AI는 그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자율성(Autonom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율성이란 외부의 압력이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타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자율성입니다. AI가 제시하는 답이 편리하고 빠르다 보니,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서서히 내려놓게 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저는 AI 전문가들의 예측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제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처럼 "가사노동만 살아남는다"는 식의 극단적인 발언이 나올 때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게 내 상황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변화는 분명히 옵니다.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기술을 익히고,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저 자신의 몫입니다.
AI 시대라도 결국 살아남는 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주변의 불안에 휩쓸리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맞는 기술 하나, 방향 하나를 조용히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제가 찾은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