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인터넷을 쓰다가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왜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이렇게 넓고 불편한 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광활한 우주를 향해 정말 진지하게 탐사선을 쏘겠다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마크 저커버그가 참여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이 그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먼 미래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파고들수록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계획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광자추진이란 무엇인가, 빛으로 날아간다는 말의 의미
솔직히 처음 이 원리를 들었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빛으로 우주선을 밀어낸다는 게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핵심은 광자추진(Photon Propulsion)입니다. 광자추진이란 빛 입자인 광자가 물체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아주 작은 힘, 즉 복사압(Radiation Pressure)을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복사압은 말 그대로 빛이 물체를 밀어내는 압력인데,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을 만큼 미세하지만 탐사선의 질량이 극도로 가볍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은 태양빛 대신 지상에 구축한 100GW급 레이저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100GW(기가와트)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체감하기 어려우실 텐데,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이 대략 80~90GW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나라의 전력 전체를 이 레이저 한 곳에 쏟아붓는 규모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탐사선에 직접 집중 조사하여 광속의 25% 수준까지 가속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이게 진짜 현실적인 계획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 가능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전 세계에서 달라붙어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우주기술의 발전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출처: Breakthrough Initiatives).
스타칩, 손바닥 위의 성간 탐사선
이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날아갈 탐사선은 스타칩(StarChip)이라고 불립니다. 이름처럼 정말 칩 형태입니다. 질량이 불과 몇 그램에 불과한 초소형 탐사선으로, 카메라와 통신 장치, 전력 공급 장치, 항법 시스템이 손톱만 한 크기 안에 집적됩니다. 여기에 16제곱미터 크기의 초박형 돛이 달립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신기했습니다. 탐사선 본체보다 돛이 수천 배 더 크다는 건데,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가벼운 몸통에 커다란 표면적을 붙여 바람을 받는 구조와 개념이 닮아 있습니다.
돛 소재로는 마일라(Mylar)나 그래핀(Graphene)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마일라는 얇고 유연한 고분자 필름 소재로, 기존에도 우주 환경에서 활용된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루어진 2차원 소재로, 강철보다 수백 배 강하면서도 극도로 가볍고 열에도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레이저가 집중 조사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견디면서도 구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소재 선택이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 중 하나입니다. 이 소재 기술의 발전이 없이는 광자추진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으니, 결국 우주탐사 기술은 소재공학과 함께 가는 겁니다.
성간탐사의 로드맵, 20년 안에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닿는다
스타샷이 목표로 삼는 목적지는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입니다. 지구에서 약 4.24광년 떨어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외계 항성계입니다. 기존에 가장 빠른 탐사선으로 알려진 파커 탐사선(Parker Solar Probe)으로도 이 거리를 주파하려면 6,500년 이상이 걸립니다. 스타샷은 이 여정을 단 20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생전에 광속의 20%, 즉 초속 약 6만 km 도달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맥락에서입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36년: 수천 대의 스타칩을 동시에 발사 시작
- 2056년: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행성인 프록시마 b(Proxima b)에 도달
- 2060년경: 외계 행성 근접 촬영 사진과 탐사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
여기서 프록시마 b란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생명 가능 구역(Habitable Zone) 안에 위치한 암석형 행성으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과학계가 주목하는 천체입니다(출처: NASA Exoplanet Exploration). 제 경험상 이런 프로젝트는 발표만 거창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타샷은 투자 규모나 참여 인력 면에서 그냥 흘려듣기 어려운 무게감이 있습니다.
극복해야 할 기술 난제, 이 프로젝트가 쉽지 않은 이유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자료를 살피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어렵겠다 싶었던 부분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레이저 조준 정밀도 문제입니다. 탐사선이 지상에서 약 100만 km 떨어진 지점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레이저를 쏘는데, 수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오차 없이 조준하는 기술은 현재 수준으로는 상당한 도전입니다. 대기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습도가 낮은 사막 지대가 발사 기지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성간 물질(Interstellar Medium, ISM)과의 충돌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간 물질이란 별과 별 사이 우주 공간에 퍼져 있는 먼지, 가스, 입자들을 말합니다. 광속의 20~25% 속도로 날아가는 탐사선이 이 입자들과 충돌하면 표면이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수천 대의 스타칩을 동시에 발사하는 스웜 전략(Swarm Strategy)을 채택했습니다. 스웜 전략이란 마치 개떼처럼 다수의 탐사선을 한꺼번에 운용하여, 일부가 손상되거나 파괴되더라도 살아남은 개체들이 데이터를 전송하면 임무 성공으로 간주하는 방식입니다. 여러 문제들에 대비한 중복성(Redundancy) 확보가 핵심입니다.
자율비행 시스템도 빠질 수 없는 과제입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에서는 지구에서 명령을 보내도 도달하는 데 4년 이상이 걸립니다. 즉, 실시간 원격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탐사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자율비행 알고리즘이 탑재되어야 합니다. 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수십 년의 여정이 데이터 하나 없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사이보그, 3D 프린팅, 스타링크처럼 처음엔 공상처럼 들렸던 기술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저는 이 프로젝트도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100GW의 전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에너지 변환 손실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지, 소재 기술이 요구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는지, 지금 당장은 물음표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가 인류가 이미 그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쓰던 빠른 인터넷이 해외에서 안 터질 때의 답답함처럼, 우주 탐사에서도 "왜 이렇게 멀어"라는 불편함이 언젠가 기술로 해결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답이 스타샷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