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먹어서 살을 뺀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치매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 케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다이어트뿐 아니라 뇌 건강까지 연결된다는 점이 의외였고, 그때부터 키토제닉과 케톤대사를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인의 한마디가 바꿔놓은 시각
치매센터에서 일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게 계기였습니다. 요즘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법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거였습니다. 저도 막연히 치매는 나이가 들면 생기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식단으로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니 귀가 확 열렸습니다.
그 이후로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키토제닉 식단과 케톤체라는 개념에 처음 제대로 닿았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탄고지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방을 빼야 하는 사람이 고지방 식단을 먹는다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처럼 보였거든요. 저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다이어트 정보들을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메커니즘을 직접 찾아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제가 평소에 인터벌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운동만큼이나 무엇을 먹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하면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위주로 먹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신기하게도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가고 허기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나중에 케톤체를 공부하고 나서야 그게 케토시스(Ketosis) 상태와 연결된 현상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케토시스란 탄수화물이 부족해진 몸이 지방을 대신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상태를 말합니다.

케톤대사, 실제로 몸에서 어떻게 일어나나
케톤대사의 핵심은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면 지방 세포에 저장된 지방이 유리 지방산(FFA, Free Fatty Acid)으로 분해되어 혈류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FFA란 지방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지방산으로, 간으로 운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원료입니다.
이 지방산이 간의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베타 산화(Beta-oxidation) 과정을 거칩니다. 베타 산화란 지방산을 잘게 쪼개 에너지를 뽑아내는 과정으로, 이때 아세틸 CoA라는 중간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탄수화물 공급이 부족하면 이 아세틸 CoA가 지나치게 쌓이고, 결국 아세토아세테이트(Acetoacetate)와 베타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BHB, Beta-Hydroxybutyrate)라는 케톤체로 전환됩니다. BHB는 혈류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케톤체로, 뇌와 근육 등 전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연료입니다.
케토시스와 케톤 산증(Ketoacidosis)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케톤 산증이란 주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인슐린이 극도로 부족할 때 혈중 케톤 농도가 정상 케토시스의 10배 이상으로 치솟아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응급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건강한 사람의 영양적 케토시스는 혈중 케톤 농도가 0.5~3mmol/L 수준으로 유지되며 혈액 산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뇌도 케톤을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저는 놀라웠습니다. 3일 정도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뇌 에너지의 약 25%를 케톤으로 채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서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한 그룹이 고탄수화물 그룹에 비해 하루 약 200kcal를 더 소모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기초대사량이 478kcal까지 높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출처: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케톤 상태에서 몸이 달라지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면서 지방 연소 스위치가 켜진다
- 간에서 BHB와 아세토아세테이트를 생성해 뇌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 혈당 변동이 줄어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가 감소하고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 내장 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며, 신경 보호 효과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직접 해보니 알게 된 것들
제가 이걸 몸으로 체감한 건 간헐적 단식을 결합했을 때였습니다. 단식 시작 후 약 10시간이 지나면 몸이 지방을 태워 케톤을 만들기 시작한다는 걸 읽고, 저는 아침을 거르는 16:8 방식으로 시도해봤습니다. 처음 1~2주는 오히려 오전에 머리가 흐릿하고 피곤했습니다. 몸이 포도당 대신 케톤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였는데, 이걸 모르고 그냥 포기했다면 "역시 나랑은 안 맞는다"고 넘겼을 것 같습니다.
그 기간을 버텨내고 3주 차가 됐을 때부터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오전에 커피에 MCT 오일을 약간 넣어 마셨더니 허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심 전까지 집중이 더 잘 됐습니다. 혈당이 안정되면서 오후 2~3시에 찾아오던 졸음도 줄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근육량 문제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케톤 상태에서 지방보다 근육이 먼저 빠진다는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지방 위주로 빠진다는 연구도 있어서 처음에는 헷갈렸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케톤 식단을 3~4주 유지한 건강한 여성에게서 근육량 감소가 나타났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글리코겐과 수분 손실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저항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병행되지 않으면 근육 손실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었고, 저도 인터벌 운동과 함께 단백질을 20g 이상 챙기는 방식으로 보완했습니다(출처: PubMed,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저탄고지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단기간 체중 감량이 아니라 대사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다이어트의 목적이 달라집니다. 겉으로 보기 좋은 몸이 목표가 아니라 활기차고 기능적으로 건강한 몸이 진짜 목표가 되는 것이죠. 그 관점에서 케톤대사는 충분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토제닉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무리한 완전 저탄 식단보다 간헐적 단식과 MCT 오일 섭취를 소량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저항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셔야 근육을 지키면서 지방을 뺄 수 있습니다. 어떤 식단이든 자신의 몸 상태를 관찰하면서 조금씩 맞춰나가는 과정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